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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린책]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이덕일
    2014. 2. 10. 17:33


    사도세자를 다시 해석하다,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우리가 드라마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사도세자와는 전혀 다른 사도세자를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아버지에 의해 뒤주 속에 갇혀서 죽은 비극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출간된 『사도세자의 고백』의 개정판이라는 안내가 앞표지에 있습니다. 책 앞머리에는 사도세자의 고백이라는 책이 나오고 난 이후에 이른바 주류사학계가 이 책을 얼마나 공격하였는지가 길~게(저자가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긴^^) 서술되어 있는데요, 이 내용은 이주한의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더 자세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교학사 출판사와 관련하여 역사인식에 대한 논쟁이 불붙기도 했었지요.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을 읽어보면 어째서 주류사학계가 많은 국민들의 감정이나 역사인식과는 다른 주장을 서슴없이 또한 부끄럼없이 할 수 있는지 어느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이덕일 소장은 인터뷰에서 죽은자들이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한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가 밝혔듯이 우리 역사 속에서 잊히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지워지거나 왜곡되어 전해지는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에 관심이 많은 듯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정말 흥미롭게 느껴지는 책이 많습니다. 몇 권 읽은 책들이 다 재미있었습니다만, 그중 단연 으뜸은 바로 이 책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였습니다.


    출신성분에 대한 열등감과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영조는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자주 양위소동을 벌이는데, 그럴 때마다 어린 세자는 차가운 궁궐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석고대죄를 고해야했다고 합니다. 다섯살짜리의 석고대죄 모습...상상만으로도 짠하네요...


    이 책은 소설도 아니다, 라고 어느 교수는 비난했다지만 솔직히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힙니다.

    태생적 열등감을 가진 영조도, 모두에게 위협이 될 만한 자질을 타고 난 사도세자도, 아버지가 뒤주 속에 갇힐 때 오로지 혼자서 아비를 살려주시라 영조에게 매달린 어린 정조도, 그 밖의 많은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고, 개인적으로는 신빙성도 있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사도세자가 충분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만도 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이유든 그가 사람을 죽인 것도 사실인데,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덕일 소장의 책을 여러권 읽다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기 때문에 때로는 체할 듯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나 자신이 얼마나 맹목적인 교육을 받아왔는지(실제로 공부도 제대로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얼마나 나와 다른 의견은 듣기 불편해하는지 그저 편협한 자신을 자각하게 됩디다. 


    이덕일 소장은 자신의 이야기가 다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역사란 남겨진 사료를 가지고 해석하는 것인데, 왜 주류사학계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고 해서 무조건 틀렸다라고 비난하느냐는 거지요. 왜 입을 다물라는 거냐 이겁니다. 


    요즘 이이제이 같은 역사 팟캐스트가 인기가 많은 걸 보면, 우리가 얼마나 은폐되고 왜곡된 역사교육 하에서 지내왔는지, 또 얼마나 그런 역사에 대해 알기를 목말라 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을 무조건 틀렸다고 부정하는 편협함 뒤에는 뭔가 그들이 감추고 싶은 진실이 있는 것이겠지요, 설마 그들의 말대로 국민들이 잘못된 역사를 자칫 진짜로 알게 되는 것이 역사학자로서 심히 걱정되어서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반대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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