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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과학서 추천] 편의점 사회학 - 전상인
    2014. 3. 17. 20:51


    편의점은 지배권력의 통치기구다, 전상인의 편의점 사회학 <민음사, 2014>


    저자가 책에서도 여러번 언급하는 김애란의 단편소설「나는 편의점에 간다」와 지강민의 만화「와라!편의점」그밖에도 여러 문인들의 시나 소설에 편의점은 이미 단골 소재인데요, 그런면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편의점 사회학』은 한발 늦은 연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어쨌든 학문적으로 또 지금 대한민국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프리즘으로 저자는 편의점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소 과하다싶은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편의점 사회학』의 내용에 동의합니다.

    우리 동네에도 작년 한 해에만 몇 개의 편의점이 새로 생겼습니다. 골목 안까지 들어온 편의점이 또 금새 망해서 문을 닫는 것도 지켜봤는데요, 아무튼 너무 심하다싶게 퍼져나가니까 약간 무서운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막연히 무섭다는 느낌이 든 이유를 알겠더군요. 


    오늘 우연찮게 50대 편의점 이용이 늘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요, 기사에서는 마치 50대가 젊은 층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발 맞추어간다는 뉘앙스를 풍기던데, 글쎄요...그걸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싸고 간단하고 그만큼 몸에는 좋지 않은 컵라면이나 편의점의 간이음식으로 점심을 떼우는 50대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우리사회가 그만큼 더 살기 나빠졌다는 이야기로 해석되는 것은 비단 저 뿐일까요....편의점 포스기에는 구매자 연령대를 기록하는 단추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기사도 우리의 구매가 바로바로 분석되는 그런 시스템에 의해 간단하게 통계치를 낼 수 있었겠지요. 혹은 50대도 편의점 주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광고이거나..


    이미 편의점은 군대는 물론 구치소까지 들어가 있다고 하네요. 저도 중앙고등학교 지하에서 편의점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요, 저자는 이제 의사 없는 지역은 있어도 편의점 없는 곳은 없어질 것이라는 예견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아이러니한 것은 편의점은 사실상 대기업이나 재벌의 소유인데도 불구하고 한참 우리 사회의 화두였던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규제와 같은 것에서 벗어나 영업시간을 비롯하여 골목 구석구석으로 진입하는 것까지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p156   이쯤 되면 우리는 '편의점 사회학'의 또 다른 임무를 각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편의점 스스로 주장하는 '편의성'의 의미 혹은 '편리성'의 본질을 묻는 일이다. 편의점이 사람들을 소비주의 사회에 길들이는 데 편리하고, 편의점이 사람들을 자본주의 세계 체제에 편입시키는 데 편리하며, 편의점이 신자유주의 유목화 시대에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편리하고, 사회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이 사람들에게 일상의 행복을 제공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데 편리하다면,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편의이고, 무엇을 위한 편리인가? 편의점의 '불편한 진실'은 이제 더 이상 모르는 척하거나 감출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첨단 화두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편의점 사회학』을 다 읽고 나니 무서운 소설 한권을 읽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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