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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책] 맨땅에 펀드 - 권산책 2013. 12. 7. 13:05
땅, 농부, 이야기에 투자하는 발칙한 펀드 맨땅에 펀드
여차하면 남은 보증금 얼마 들고 시골로 튀면 되지 뭐…꼭 그러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이라도 해야 안달복달 하지 않으면서 살 것 같아서지요. 어쨌든 이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던 차에 권산 작가의 책 두 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먼저 읽은 것은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이었고, 먼저 읽은 책이 워낙 재미있었던데다 제목을 보고는 도저히 읽지 않을 수 없었던 <맨 땅에 펀드>입니다.
물론 시골로 가서 살겠다,는 말은 하루하루 쪼들리는 살림에 마음까지 쫄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불과하지만, 막상 정말로 돈이 바닥이 나자 시골로 가서 도대체 뭘 먹고 살지, 라는 현실적인 물음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언 좀 구하려고 책을 뒤적였지요.
작가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이사를 갈 때 주변 사람들이 편하게 산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자신이 살던 방식을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가는 것, 요즘 사람들에게 그것보다 힘든 게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이야 말로 사는 재미라는 기분이 듭니다. 평생 동안 자신을 한 장소, 한 직장에만 가두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넓은 세상에서…
작가와 의기투합한 몇몇 귀농인들이 어느 날, 이렇게 한탄을 하지요. 귀농생활이 이렇게 힘든거냐, 쉴 틈이 없다….
이유는 바로 그들이 벌려놓은 맨 땅에 펀드 때문입니다
맨 땅에 펀드 투자설명서입니다. 너무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한국(어디 한국 뿐이겠습니까만은)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지요.
이 책은 맨땅에 펀드 투자자들에게 결산보고를 대신하여 쓴 것이라고 밝히고 있죠.
일 년동안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하고 예상치 못한(거의 대부분의 작물에) 난관에 부딪히면서 작고 초라한 결과를 낸 펀드이지만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무엇인가 저지르고 있다는 활기에 충만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의 벽에서 펀드 운용자들의 좌충우돌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이라 해도 말입니다.
마치 장난같이 보이지만 농사짓는 일이 장난이 될 수는 없겠지요. 일년 농사를 지어서 농산품을 판 농부들의 말하자면 연봉에는 그들의 인건비는 거의 계산되지 않은 것이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이라고 하지요…
'맨땅에 펀드'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
'비용지출에 관한 문학적 보고'…말이 너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식대와 간식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과다지출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비싼 것을 먹었다는 게 아니라 시골 인심에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두어 사람 정도 더 편승하는 경우가 있었음을 밝히지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마지막 한 장의 사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무얼까?'를 소개합니다.
바로 이 사진입니다.
"자칭 '나는 설비다.'라고 말하는 친구답게 전동 드라이버를 손에 쥔 채 잠이 들었다. 무얼까?가 잠이 든 것을 보니 정말 펀드가 종료되었다는 실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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