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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책]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책 2014. 1. 13. 20:16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과 남은 시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18대 대선이 끝나고 정계은퇴라는 말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던 유시민씨가 몇 달 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다시 나타났지요.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네요. 저는 이제야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유시민 씨는 요즘 팟캐스트나 방송에 종종 출연하고 있지요. 2002년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 버금가는 윤기의 머릿결을 자랑하고 계시더만요. 책에서 여러번 언급되고 있지만 정치에서 발을 빼고 한결 마음의 여유를 찾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여전히 시끄러운 정국에 토론자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책을 읽어본 독자로서는 유시민 씨 본인에게는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워낙 방대한 질문이고, 또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묻고 답해야 하는 물음이고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유시민 씨 개인적으로 보자면,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인생이 결코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기쁨과 즐거움이 충만했다기보다는 수치심과 분노, 슬픔, 연민, 죄책감, 의무감 같은 것들로 채워졌던 삶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소소한 행복으로 충만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소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책의 많은 내용은 지나온 자신의 삶과 앞으로의 다짐 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서 넋두리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구석기 다이어트'라는 저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있고(정말 이것저것 잡다한 세상소식과 지식에 관심이 많은 분인 듯 합니다), 시끄러웠던 여러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도 간혹 등장합니다.
힐링이 남발되는 시대입니다. 이미 힐링이라는 말 자체에서 피로감이 느껴지는 데 그래서일까요, 책 뒷표지에는 스탠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네요. 이 또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힐링이든 위로든 복지든,
"그것은 단지 삶의 환경을 조금 덜 냉혹하게 만들 뿐, 그 자체가 내 삶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지당한 말입니다. 유시민 씨의 말대로 우리 역사에 아프지 않은 청춘은 없었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시대의 청춘들, 전쟁, 혹은 노동착취와 억압에 시달리던 청춘들… 지금 이 땅의 청춘들만 아무 책임없이 아픔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 힐링은 이쯤하고 각자 자신의 삶을 냉정한 시선으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18대 대선에 대한 그의 글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p 258 "제 18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진보의 거듭된 패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것은 선의 패배나 악의 승리가 아니다.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이 새로운 것을 이긴 수많은 사건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2012년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그의 정책 공약은 5년 전 낙선했던 진보진영 대통령 후보의 공약보다 더 진보적이었다. 진보 세력은 선거에 졌을 뿐 역사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옳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았던, 대학시절 유시민 씨의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를 첨부합니다.'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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